미셸 유씨 사망사고로 짚어본 '안전한 겨울 산행'
능선에서 맞는 상쾌한 바람이 체력 빼앗아가는 원인 될수도 매 1시간 쉬고 30분마다 간식…장비 사용법 몸으로 익혀둬야 그러나 아름답게 보이는 것일 뿐이지 그 아래 숨겨진 날카로운 바위와 벼랑이 어디 갈까. 오히려 보이지 않아서 더 위험한 것이 겨울산이다. 지난 4일 실종됐던 미셸 유씨가 가족들과 한인들의 염원을 저버리고 끝내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그토록 사랑했던 산에서 영원한 산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북미 최고봉 매킨리도, 미 본토 최고봉 휘트니산도 발 아래 두었던 그녀다. 곧 남미 최고봉 원정등반도 떠날 참이었다. 그런 관록을 지닌 경험 많은 산꾼이 당한 사고여서 새삼 겨울 산행의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다. 흔히 표현하곤 하는 "'베테랑'이란 말은 적어도 산에서만큼은 써서는 안된다"고 차경석 북미주산악회 고문이 탄식 섞어 말한다. 등산은 한인 최고의 레저다. 온·오프 라인 동호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산악인구가 늘다 보면 사고 역시 뒤따르기 마련. 안전한 겨울 산행 요령을 짚어 본다. ◇철저한 장비 준비 5000피트 이상의 고산은 기후 변화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4월까지는 언제라도 눈이 내릴 수 있다고 가정하고 이에 대비한다. 마운틴 볼디는 늦은 봄까지 기슭에는 눈이 녹지 않고 강풍을 동반한 비와 번개가 등반객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특히 주말이면 구조 헬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안전사고가 빈발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비바람에 대비해 고어텍스 재킷과 보온의류 장갑 등을 준비한다. 땀 흘린 뒤 능선에서 맞는 바람은 상쾌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 바람은 체력을 앗아가는 주범이다. 화씨 40도에서 시속 30마일의 바람은 화씨 28도의 체감온도로 떨어진다. 그리고 1000피트씩 오를 때마다 화씨 4도씩 온도가 내려간다. 하산길은 유난히 해가 짧다. 비온 뒤 안개가 차 오른 골짜기는 오후 5시라도 헤드랜턴이 필요하다. 해진 뒤 고립됐을 때 구조신호를 보내는 데도 필수다. ◇조난 당한 곳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추락이나 부상으로 인해 고립됐을 때는 체온 유지에 신경쓰고 움직이지 않는다. 부상당한 상태로 섣불리 움직이다 2차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구조 전문가들은 추락한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 반경을 넓혀 나가는데 추락지점에서 멀어 질수록 구조 가능성이 낮아진다. ◇체온변화에 대비하라 아무리 좋은 방수투습 의류라도 만능은 아니다. 급하게 걸어서 줄줄 흐르는 땀은 대책이 없다. 겨드랑이 지퍼를 열어서 땀을 배출하고 보행 속도를 낮춘다. 춥기 전에 입고 덥기 전에 벗는다. 이를 게을리 하면 곧바로 체력소모로 이어진다. ◇일정을 정확히 파악한다 초행길이라면 산행 대상지의 정보를 정확히 파악한다. 경험 많은 산행 리더의 정보에 의존해 산행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예측할 수 없는 자연조건이 도사리고 있는 야생에서는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트레일 거리며 산행시간 산행 고도 등 기본 정보를 파악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30분마다 연료 공급 꺼내 먹기 쉬운 곳에 1시간에 5분씩 규칙적으로 쉬고 30분 마다 신체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아무리 맛있고 칼로리가 높아도 배낭 속에 들어있다면 무용지물이다. 재킷 주머니나 배낭 벨트 포켓에 넣어 언제라도 손이 쉽게 갈 수 있게 한다. ◇장비사용법을 몸에 익힌다 고가의 장비가 안전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머리 속에만 있는 사용법은 무용지물이다. 전문가로부터 장비사용법을 현장에서 익히도록 한다. 눈쌓인 설사면에 햇빛이 비치길 반복되면 빙벽으로 바뀐다. 아이스 액스(Ice Axe)를 이용한 제동법도 연습해 두고 단체일 경우 무전기 주파수도 일치시켜 둔다. 맨 몸으로 미끄러질 경우는 엎어진 채로 머리를 위로 하고 팔 다리를 최대한 벌려 마찰력을 높여 속도를 늦춰서 바위나 나뭇가지에 걸릴 수 있도록 한다. ■마운틴 볼디는? 샌 버나디노와 LA 카운티의 경계에 놓여 있는 이 산은 정상에 나무 한그루 자라지 않는 민둥산이어서 '대머리산'(Mt. Baldy 10064피트)으로 불리지만 옛날 이 지역의 원주민이었던 통바 부족들은 '눈산'으로 불렀다. 그렇지만 지도나 책자 등에 나오는 공식적인 이름은 '샌 안토니오 마운틴'(Mt. San Antonio). 인근의 샌 버나디노 산맥에 솟은 샌 고고니오(11499피트)와 리버 사이드의 샌 하신토(10.834피트)에 이어 남가주에서 그 높이가 세 번째이지만 찾는 이들이 많기로는 단연 1등이다. 빠르면 겨울 우기가 시작되는 11월 하순부터 정상부는 흰눈에 덮이기 시작해서 거의 이듬해 5월까지 눈에 덮여 있다. 민둥산이라는 이름답게 정상부는 평균 시속 40마일의 강풍이 부는 곳으로도 악명 높다. 겨울 우기에 접어들면 수시로 강풍을 동반한 진눈깨비 등이 내려 등반객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산행 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사고 위험도 점점 놓아지는 곳이다. 등반 코스로 크게 스키헛으로 올라 가는 남쪽 루트와 스키장으로 올라 데블스 백본 트레일로 정상에 오르는 두 개로 나뉜다. 사고를 당한 미셸 유씨는 정상에서 북서쪽 벼랑 아래로 추락했다. 사고 당일 정상 부근에서 유씨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설암산악회 회원들은 당시 정상에는 거센 바람과 진눈깨비가 날리는 악천후였다고 한다. 도움말 김명준 재미한인산악회 고문